필립 글라스 - 포토그라퍼 (부제: 신사의 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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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듣고 있는 이 곡이 내가 프로그레시브 음악의 길로 발을 들여놓은 계기가 되는 음악이었다. 

내가 처음 이 곡을 들은게 1984년, 백남준이 기획하여 전세계 위성으로 생방송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프로그램 중 비디오 아트의 음악으로 들었다. 뭔가 획기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라며 대대적으로 광고를 한터라, 좆도 모르는 어린 나이었지만 졸린 눈을 부비며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 종일 방송을 지켜봤다. 

영상과 음악들은 하나같이 난해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한마디로 조찌랄의 향연이었으나, 중간중간 야한 영상도 나왔고, 나름 들을만한 음악도 나왔기에 인내심을 같고 지켜봤다. 그러던 중, 이 필립 글라스라는 사람이 연주하는 뭔가 깨름직하고 심심하면서도 불길하게 들리는 연주를 듣게되었는데, 뭔진 모르지만 묘하게 끌리는 매력을 느껴 노트에 이름을 적어두었다. 당시 한국 방송에는 이 음악과 영상에 대해 제대로된 해설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기에 순전히 내 개인적인 관심이 발동한 것이 계기가 된거다.

당시는, 어린 아이가 달랑 아티스트의 이름 하나만 가지고 그의 음반을 구할만한 시대가 아니었다. 무수히 많은 레코드 가게를 전전했지만 그의 음반을 가진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그러던 중, KBS에서 아침 뉴스 프로그램 '뉴스 파노라마'를 개편하여 방송하던 때가 있었다. 88올림픽을 앞두고 뉴스를 좀더 선진국형 시스템으로 개편한다는 것 같았는데, 뉴스에 여러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어떤 사안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는 패널방식을 최초로 도입한 뉴스 프로라고 기억한다. 이 얘기를 길게하는 이유가 뭐냐면, 바로 이 뉴스 파노라마 개편 방송의 오프닝 음악이 지금 들리는 저 필립 글라스의 포토그래퍼 연주곡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많지 않을 꺼다. 왜냐면, 1984, 굿모닝 오웰!에서 저 음악에 귀기울인 사람도 흔치 않았을 것이고, 매일 방송되는 뉴스 프로 시작 음악에 대해 관심둘 사람도 많지 않았을 텐데, 40년 가까이 지나서 까지 그것을 기억할 기인은 아마도 거의 없을꺼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난 매일 아침 약 10초 내외 연주되는 이 음악을 듣기 위해 뉴스 파노라마라는 프로를 기다렸더랬다. 

이제 세상이 좋아져 이 사람의 음반을 유투브에서 편하게 찾아들을 수 있게된 것이,  어린 시절, 그 답답하고 막막했던 기분을 잊지 못하고 사는 나로써는  감회가 '항상' 새롭다. 

이 사람 곡을 찾아 듣지 못하던 시절, 나는 미친듯이 비슷한 류의 곡들을 찾아듣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 반젤리스, 쟝 미셸 쟈르, 마이크 올드필드를 만나게 되었으며, 본격적으로 프로그레시브 일렉 세계에 빠져들어갔다. 

그 후, 외국에 나가는 기회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레코드 가게에 들러 너무 쉽게 음반을 손에 쥐게 되었을 때의 그 당혹스러운 순간 역시, 내 개인사에 있어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으로 남아있다. 

아, 부제가 신사의 명예인 이유는, 이 포토그래퍼라는 곡에서 언급하고 있는 과거한 사건에 관한 내용 때문이다. 이 곡은 19세기, 미국에서 있었던 한 살인 사건의 재판 기록에 관한 얘기고, 1984, 굿모닝 오웰에서는 이 사건 내용을 서프라이즈 재현 영상 비수무리하게 만들어 뮤직 비디오로 상영했었다.(이 영상은 언젠가 부터 더이상 유투브에서 검색이 안된다) 

이 사건은 최신 영화 놉(Nope)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최초의 활동사진 작가  에드위어드 무이브리지( Eadweard Muybridge  1830~1904)에 관련된 사건이다. 알려진것 처럼 이 사람은 당시 가장 진보적 사진촬영 기술을 실험하던 사람이었고 그 유명한 달리는 말 사진을 제작한 장본인이다. 

(원본을 보면 알겠지만, 영화 놉과 달리 말을 달리는 기수는 흑인이 아니라 백인 이다!)

문제는 이  무이브리지 가 심각한 의처증 환자였다는 거다. 처음 부터 그랬던건 아닌데 역마차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친 후유증으로 생긴 일종의 정신질환이었던 샘이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어떤 군인 하나와 바람을 피운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그에게 신사의 명예를 지키겠다며 편지를 보낸 후, 방문하여 그를 총으로 쏴서 죽였다. 그는 곧 살인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는데, 무이브리지는 이것이 신사의 명예가 달린 일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고 한다. 요즘같으면 당치않은 일이겠지만 놀랍게도 당시 배심원들은 무이브리지의 손을 들어줬고, 그는 무죄로 풀려남으로써,  죽은 남성이 실제로 아내와 바람을 피웠는지 여부는 영원히 불문에 붙여졌다. 

필립 글라스는 이 재판 기록을 이용하여 곡의 가사를 창작하여 만들어 총 3막으로 구성된 현대극을 만든다. 1막에선 보컬과 가사가 포함되어 있고, 위 곡은 그 중 2막에 포함된 연주곡에 해당한다. 전곡을 듣길 원하면 아래 링크를 참조 하시길...

(5) Philip Glass - The Photographer ( HQ) - YouTube

오늘도 곡 하나로 썰이 길었다. 그럼 즐감, 즐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