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여행법-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그렇게 세밀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때그때 짤막하게 적어 놓을 뿐이다. 바다에 부표를 띄우듯이. 때로는 그림으로 그려 놓을 때도 있다. 가령 '보자기 아주머니'라고 적어 놓고 나중에 수첩을 펼쳐 그것을 보면, 아 그렇지, 터키와 이란의 국경 근처의 그 작은 마을에 그런 이색적인 아주머니가 있었지, 하고 쉽게 생각해 낼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중략)
여행은 내게 아주 귀중한 글쓰기 수업이 되어 준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카메라 같은 것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글쓰기를 잊어버린다. 그저 그때그때 눈앞의 모든 풍경에 나 자신을 완전히 몰입시키려 한다. 눈으로 정확히 보고 머릿속에 정경이나 분위기, 소리 따위를 생생하게 새겨 넣는 일에 의식을 집중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내 귀에, 내 피부에 스며들게 한다. 나 자신이 그 자리에서 녹음기가 되고 사진기가 된다. 내 온몸으로 받아 온 것이라야 나중에 글을 쓸 때도 살아 있는 글이 나온다.
|
(자유)
하이브 vs 어도어 민희진 + 뉴진스 사태의 간단 요약
(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