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부족하고 무지한 잡문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33,300 포인트 정도면 당분간 영화 한글 자막 제작을 위한 급요청 용도로 충분한 듯 하여
그간 철면피로 글을 올렸던 과용을 여기서 중단합니다.
덕분에, 13편의 외국영화에 대한 자막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포인트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자막 제작으로 인해 포인트가 모두 소진되면 다시 찾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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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까지 그를 5번 만날 수 있었다.
에드가 라이트는 1974년생이다.
2017년 129번째 영화
5. 베이비 드라이버 Baby Driver (2017) : 과거를 묻지 마세요. (특히 이름은)
본편에 대한 다양한 찬사에 한발 넣을 정도의 영화 공부는 부족하니 이에 대해서
는 이웃 '타자 치는 Snoopy'님의 좋은
글을
(
http://blog.naver.com/nicemonk/221099948548
)참고하시고, 영화의 아버지 상을 중심으로 서사의 결을 매만지신 또다른
명문으로
이웃 토니몬타니님의 (
http://gavleel.blog.me/221100234819
)를 정독하시기를
추천드린다. 중문의 글쓰기가
점차로 자기 삭제되는 형국에서 두 이웃분의 글은 매번 저에게 주눅과 충전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 두 분의 글에 대한 반론을
작성할 수준이 딩연히 되지 못하니 그저 민망한 감상의 다른 지점을 진술함으로서 감독과의 5번째 만남 소회를 갈음한다.
현재까지 모두 6편의 장편 극영화를 제출한 에드가 라이트에의 여정으로 본편을 마주한 것이 아니기에 하나의 맥락을 극내에
부여할 바는 없다. 다만, 그간 환타스틱한
세계와의 대결 구도를 지속했던 감독의 홀홀단신 성장영화로의 선명한 이동 자체를
부정함은 본편의 존재론을 거절하는 것이다. 도식적인 어법을 구사하고 싶지는 않지만, 본편의 모든 인물들이 유령임을 이토록
극명한 전시함에 마냥 고개를 돌리기도 머쓱하다. 영화의 거의 모든 인물들은 자신의 이름을 즉각 말하지 않는다. 그나마 예외는
베이비의 의붓아버지 '조셉'이나 애인 데브라 정도일 텐데, 전자는 주로 아버지로, 후자는 첫 만남에서 곧바로 발설되지 않는다.
박사를 비롯한 강탈 범죄단은 모두 애칭으로 불리고 그나마도 기이하게도 두 인물은 극 바깥으로 이유없이 사라져버린다. 특히,
오프닝에서 강도단의 일원으로서 은근히 베이비를 압박하는 그리프는 몫을 배분한 이후 다시 극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이는
뱃츠를 중심으로 한 강도단의 에디도 마찬가지다. 이보다 더 주목할 것은 동양인 공범인 JD의 죽음이다. 그가 살해되어야할
표면적인 이유를 무시한다면 실질적인 그의 사망 근거는 '마이크 마이어스'에 있다. 즉, 그는 영화 <할로윈>의 살인마 가면이
아닌 <오스틴 파워>의 배우 마이크 마어어스 가면을 들고 왔기 때문에 죽어야하는 것이다. 공포가 아닌 웃음으로의 단어놀이!
JD가 도주 중에 총을 떨어뜨리는 것은 이같은 맥락을 보충하는데, 그는 단순히 멍청하고 느려터진 범죄단이 아니라 유일하게
음성을 전환시키는 인물로서 베이비가 사람들의 음성에 비트를 넣어 전혀 다른 발성을 디제잉하는 것과 동일한 인물이다.
JD가 시체로 트렁크에 있는 차를 폐차시킬 때 그 장면을 끝까지 베이비가 지켜봐야하는 이유는 일종의 애도이자 동질감이다.
베이비는 아이팟과 녹음기를 들고다니며 음성을 녹음하는데, 인물들 중 유일하게 녹음기를 스스로 인지하고 자신의 음성을
발성하는 이가 데보라임은 그녀가 베이비의 구원이 되어야하는 인증이다. 데보라의 테입이 디제잉되지 않는 이유도 동일하다.
사소하지만, 얼굴에 좀 더 집착해보자. 전술한 뱃츠 집단의 구성원 중 에디가 죽지 않아야하는 이유는 그가 별명처럼 '잘려나간'
코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라면 세번째 우편환 강탈 사건에서 벳츠와 달링 등이 죽어야하는 이유는 그들이 최신 보안 안경을
착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특이 안경의 쓰임새가 쾌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전시되지 않았음을 감안한디면 이 도구는 별도의
용도로서의 복선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그들은 차 안에 들어와서도 뱃츠가 철근에 관통되어 죽을 때까지 다급함 때문인지
특이 안경을 던져버리지 않는다. 그 순간 그들은 항상 범죄 상황에서 검정 썬글라스를 착용하기를 고집하는 베이비와 대조된다.
그들의 특이안경이 CCTV 대응책이라는 표피와 관련없이 빛을 차단하는 방식에서 베이비와 이질적인 위선의 빛을 장착함은
우쓰꽝스럽고 오히려 그들을 모두 베이비화한다. 오히려 베이비의 썬글라스와 가장 어울리는 이는 박사의 일반 안경일 것이다.
후반부 그의 갑작스러운 사랑 타령과 아버지로의 귀환은 꽤나 서사의 이물감을 전달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친부와 양부를
복합적으로 섞은 캐릭터로서 선이 아닌 악의 통로를 베이비에게 부여함으로서 이질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인물이라는 점은
변증법적이다. 물론, 박사는 과거 베이비였고 현재도 베이비인 버디로부터 처단당할 수 밖에 없다. 합은 다시 지양되어야한다.
거의 부재에 가까운 모성 이미지의 일차원적 활용이나 데보라의 준비된 구원자 캐릭터의 도식성에 대한 비판이 다소 지겹다면
원론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령 본편에서 왜 베이비는 운전하는가라든가, 왜 항상 음악을 듣는가가 그것이다.
굳이 진술이 필요없을 정도로 이 두 '왜'의 본령은 가족 트라우마로부터 비롯된다. 특히 음악은 가수였던 어머니와 연결된다면
엄청난 운전실력은 부모의 교통사고사와 직결된다. 즉, 베이비는 사고로부터 한발도 전진하지 못한 아이다. 실제로 그가 단골인
식당은 유년시절 부모와 같이 갔었던 추억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그 곳으로부터 떠나야하는 장소성을 드러낸다.
데보라가 처음 베이비에게 식사로 무엇을 시킬것인가를 물을 때 아래 메뉴판은 '아동용 식단'을 놓여져있다. 결국 그 식당에서
베이비는 물론 후반부 범죄단 누구도 '식사'를 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베이비는 그 곳에서 무언가를 먹을 수 없는 금단 구역이다.
그 곳에서 베이비는 처음으로 자신의 선인으로서 과거적 분신인 버디를 총격한다. 그가 실제로 남근으로서의 권총을 발사하는
공간이
그 식당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지만, 그보다 버디와의 심리적 대치 속에서 순찰차가 들어오고 비대한 경찰이 화장실 키를
달라고할 때 그 곳은 먹는 곳이라기보다 추잡한 분비의 지대임은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이 맥락의 신체성인 경찰은 죽어야한다.
본편이 성장 영화로서 베이비와 키드 메뉴만을 전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보니와 클라이드>까지 언급함은 다소 난감하다.
전술했듯, 본편이 감독의 제2막일 수는 있겠지만, 아메리칸 뉴 시네마에 대한 경외와 승계까지 담보했는지는
확연하지 않다.
호명되는 이는 오직 클라이드/데보라(?) 뿐이고 아직 베이비의 '버디 무비'로서의 '버디'는 이들을 추적하고 제거되지 않았다.
본편 어디에서도 당대 미국의 트럼프적 광기를 섭취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고, 동일 선상에서 실형 선고 이후 교도소에서
청각 치료와 세탁물 정리를 한 이후 선인들의 '뉴 시네마'의 어색하고 모순적인 변환의 출발과는 선을 긋는 순애보가 놓여있다.
사회로부터의 어떤 공기도 차단된 본편의 존재론은 거의 철저한 성장 장르물에 있다. 베이비가 TV를 바라볼 때
여러 채널
속에서
<몬스터 주식회사>와 <파이트 클럽>의 맥락을 추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안착하지
못하는 호모 재펜스의 불안일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음성을 녹음하고 이를 변환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화면을 가득 채우는 고정으로서의 저장에 대한 욕구다.
베이비의 동작 중 첫번째 자동차 레이싱은 장르적인 맥락보다는 그가 어른 아이의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임을 전시함과 동시에
다른 두 동작, 커피 주문과 들고오는 동안의 걷기, 우편환 강탈에서의 뛰기 등으로 내재된 유연한 신체성의 준비를 명시한다.
애당초 선명한 3명의 아버지는 물론이고 하위 아버지로서 뱃츠와 그에 대비되는 2번째 강탈에서의 군인 출신 흑인까지 꽤나
많은 아버지들을 배치한 이후에 그들을 거의 모두 죽음으로 내몰고 유사 죽음으로 안치시킬 때까지도 카메라가 결코 강탈 현장
안으로 침입하지 않은 채 베이비의 음악에만 집중할 때 그는 아직 어떤 아버지든간에 그들의 세계 안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베이비가 드디어 자신의 이름 마일스를 데보라를 통해 스스로를 호명하고 주위의 어른 증인들을 통해 선한 동화의 주인공으로
인증받은 이후에도 '버디'의 흔적이 완전히 지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질문은 마지막에 주어진다. 베이비는 더 이상 썬글라스를
찾지도 아이팟과 녹음기를 만지작거리지 않는 것처럼 교도소에서의 치료로 트라우마의 청각 장애를 극복했을까? 이 의문에 대해
흑백 필름과는 달라진 칼라 화면에서의 순정의 키스 엔딩이 해제라면 오히려 에드가 라이트의 세계는 고루한 성숙의 고립이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거울로서의 아버지의 죽음의 행렬 앞에서 질주하고 걷고 뛰면서 이탈하고자 하는 어른 아이의 성장극이며
누구도 이름을 말하지 않는 무명의 공간에서 안정과 변형 사이를 방황하며 결국 형벌 이후에 말쑥해지는 귀와 눈의 정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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