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끝 매워도 봄이 오네

입 춘  - 이재금 시인

이름이 대한이지 어디 소한에 비기랴

바람 끝 매워도 봄이 오네

봉구 애비 가슴 설레어 논밭 둘러본다

뭐라 했던가 뭐라 했던가

저실＊이 추워야 오는 농사 대풍 든다고

보리 실뿌리 세 개나 웃네

얼솟은 이랑 꼭꼭 다독여 밟고

저기 핏줄 돋아나는 하늘을 보네

수줍어 속삭이는 낮은 물소리

땅버들 봉긋한 저 가슴 보아라

저기 봉구가 오네 노래하며 오네

쑥덤불 하얀 속살 돋아나는 둑길로

흙 묻은 봉구 오누이 학교에서 돌아오네

실팍한 놈 저 흙 같은 봉구놈

냇가 버드나무로 오늘은 커 보이는구나

저놈 밑닦을 학비 마련해야지

앞논배미 곰삭은 두엄 몇차례 내고

비닐 하우스에 고추 내어야지

소한 대한 지나 봄이 서는데

봉구놈 둑길에 서서 바지 내리고

아랫도리 힘주어 잡고 휘둘러

아직도 언 땅에 입춘서 쓰네

뜨거운 물줄기로 입춘서 쓰네

＊저실: ‘겨울’의 경상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