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 Wight의 크레이들(Cradle) 시리즈는 현재 3권까지 나와있습니다.
서양인이 쓴 판타지풍 무협 소설 쯤 됩니다. 아니지...
무협풍 판타지 소설
이 더 정확할 듯.
주인공은 아무런 재능이 없어 '언소울드/Unsouled'라고 불리며 모든 이에게 경멸당하는,
부족 내에서 벌레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의 대접을 받는 존재입니다만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더 나아지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살고 가족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그러다 주인공 부족이 사는 지역에 이계의 고위 존재가 깽판 치기 위해 찾아오고,
어마어마하게 높은 존재(피닉스임...)가 지나가다가 심심풀이로 그 사건을 해결해 줍니다.
그 때 주인공의 용기와 노력을 목격하고 가상히 여긴 피닉스가 죽은 주인공을 되살려주고
덤으로 미래도 보여주는데, 그 미래에서 예정된 파멸을 목격한 쥔공은 해결책을 갈구하죠.
그래서 피닉스가 조언을 해 줍니다.
니가 사는 이 세상은 너무나 작은 곳이다, 넓은 곳으로 나아가 한계를 깨고
강대한 힘을 얻는다면 예정된 파멸을 막을 수 있다... 뭐 그런 거.
개허접인 주인공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제로는 아닌 가능성을 믿고
원래의 삶(멸망 전까지는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미래)를 버리고 고행길에 나섭니다.
스토리 설명은 이쯤 하고.
설정은 일명 '환협지'들과 비슷합니다. 여기서는 Path라고 불리는데
예를 들어 히로인이 쓰는 '패스 오브 엔드리스 소드', 주인공 부족이 익히는 '패스 오브 화이트 폭스',
또 뭐 '패스 오브 스텔라 스피어', '패스 오브 피셔', '패스 오브 헝그리 딮' 등등 많습니다.
각각은 또 엄청나게 세부적인 설정과 단계가 부여되어 있고요.
단계는 무급 - 코퍼 - 아이언 - 제이드 - 골드(로우골드-하이골드-퓨어골드) - 이모탈(?) 등등.
참고로 주인공은 무급입니다.ㅎㅎ
주인공이 사는 고립된 계곡에서는 코퍼가 젊은이들, 아이언이 좀 고수들, 제이드가 최고수들.
근데 바깥세상에서는 골드 미만은 전투원 취급도 안함... 제이드까지는 견습 수준.
주인공은 넓은 세상에 나가서 어떻게든 더 강해진 다음
계곡으로 돌아와 예정된 멸망을 불러올 존재(드레드갓)를 물리치고자 합니다.
일단 세계관은 정말 잘 짰습니다.
서양판타지가 보통 월드빌딩에 큰 투자를 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훌륭한 수준.
그 정밀함과 방대함, 깊이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죠.
문제는
설정만 그렇게 짜놓고 재미가 없다
는 거.ㅜㅜ
물론 서양인들에게는 엄청나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 판무에 길들여진 저한테는 그냥 발암 그 자체네요.
저도 나름 영미권이나 일본, 중국쪽 등의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시야를 넓히긴 했는데
그래도 제 취향의 핵심엔 한국판무가 있어서 그런지... 양키들과는 평가기준이 많이 다름.
일단 주인공이 너무나도 허약합니다.
그냥 개허접... 지나가는 잡몹1보다도 못한 무력... ㅜㅜ
이상은 드높은데 현실은 시궁창 바닥에 깔린 진흙보다 못한...
1권에선 끝까지 무급...ㅜㅜ
2권에서 겨우 코퍼 달성...ㅋ
3권 전반부에 겨우 아이언...ㅎㅎ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세계에선 골드 밑으로는 정식전투원도 아니고 그냥 견습임.
그리고 권당 분량이 엄청나서 1권이 대략 우리나라 판무 두권 반에서 세 권쯤 됩니다.
말하자면 7, 8권 분량 써서 겨우겨우 견습 끄트머리에 다가가고 있다는 거죠.
게다가 그 과정은 또 어찌나 처절하고 발암스러운지...-_-;;;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고, 여기서 고개 꾸벅 저기서 고개 꾸벅, 뭐만 나타나면 피투성이에 도망자 신세...
이렇게 고생해도 언젠가는 빛을 보겠지.
무릎꿇고 있지만 뛰어오르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한 과정일 뿐이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읽었지만...
결국은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ㅜㅜ
이거 읽을 시간에 우리나라 판무 읽으면 수십 권 볼 수 있는데
굳이 발암전개 + 미치도록 느린 전개를 참고 보기엔 시간당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는 판단이 들어서...
아마 5권이나 6권쯤 되면 적당히 강해져서 나름 사람행세 할 것 같긴 한데
아직 3권까지밖에 나오지도 않은 시리즈고, 나온다 해도 그거 다 읽을 자신도 없고.
정식으로 번역, 출간된다면 재밌게 볼 것 같긴 한데 원서로 읽긴 무리네요.
아쉽다... 이 좋은 설정 갖고 이런 전개라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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