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산으로 간다'라고 얘기를 하죠. 봤던 소설 중에 컴퓨터가 머릿속에 있어서 사람들한테 음악 만들면서 잘 나가다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해서 나중에 기억도 상실하고 다른 나라로 가게 되어 무기 개발? 뭐 그런 거 하는 소설 있었던 거 같은데 이걸 아무리 개연성 있게 만들려고 해도 정말 이제까지 진행되어오던 내용의 '결'이 다르면 산으로 간다는 느낌이 들 것 같더라고요.
제가 떠올린 정말 안 되는 예를 들자면 광해라는 영화에서의 주인공이 왕인척 역할을 수행하다가 도망가는데 성공하고, 그 뒤에 조선명탐정의 밑에 들어가게 되어 김명민의 조수로 일하게 되던 중 뱀파이어에게 물려서 뱀파이어 형사가 되었다가 뱀파이어를 퇴치하는 블레이드와 만나 숙명적인 대결을 펼치고 대결에서 이겼지만 극심한 상처를 입게 되어서 기절해있던 중 우연히 자신에게 도움을 준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어서 도깨비 한편 찍고 결말에서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데 구운몽의 스님이 '사실은 널 깨우치게 하려고 꿈을 꾸게한 것이다'같은 식의 전개라는 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영화라고 머릿속으로 생각할 수 있잖아요.
이런 건 당연히 개연성이 없단 말이죠. 현실적이지도 않은 것 같고요.
그런데 앞서 얘기했던 소설은 현실성은 어느정도 있는 것 같은데 개연성이 없달까, 그전까지 진행되어오던 내용하고 갑자기 다루는 소재라든가 감정같은 게 달라진달까 해서 분명 말은 아주 안 되지는 않는데 이상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가령 주인공이 어떤 왕인 척 역할을 수행하다 도망가고, 복수하려고 마음을 먹게 되어서 노예 검투사부터 시작해서 쭉 올라와서 왕을 죽이고 도움을 준 왕을 모시는 장군이 되고, 다른 나라를 정복하게 되고, 노후에서는 이 일에 염증을 느껴서 시골로 내려가 은퇴하게 되어 농사를 하게 되는데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자 이것을 연구하기 시작해서 이론과 지식을 정립하게 되고, 이 이론을 학계에 발표하게 되는데 학계에서는 이를 인정받아 다른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 곳에 가서 주민들의 편견과 반발을 극복해내고 마침내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하는 식으로요....
데스노트에서 추리와 심리전을 펼치며 잘 싸우던 L과 라이토가 테니스 결투를 계기로 갑자기 호승심을 느끼고 테니스의 왕자로 장르적인 전환을 이루는 병맛만화를 보는 느낌같은?
그런데 이게 머리로는 이상한 줄은 아는데 대체 어떤 요인들이 '이상함'을 만드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포토샵같은 것도 악어 꼬리에 들어갈 사진에 같은 각도와 크기와 색의 악어꼬리를 합성해도 채도라든가 색감같은 게 다르면 이질감을 주듯이 그 자리에 있어야할 조각을 단순히 삽입하는 것만으로는 색깔이라든가 여러가지 요인들이 위화감을 만든달까요.
요약하자면 각기 장르나 내용이 다른 이야기를 이었을 때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어색함을 만드는 요인들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 어색함을 만드는 요인들은 뭐가 있을까하는 질문입니다.
(인플루언서)
에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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