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

날씨가 더워서 하릴없이 뒹굴거리다 책이나 읽자 모드가 되어서 주말동안 그동안 미뤄뒀던 기욤 뮈소의 작품들을 차례로 읽었습니다.
전에도 느꼈었는데 이 분의 글은 진짜 술술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속도감, 몰입감이 좋아서 슈르륵 다 읽고 나면 지친 느낌도 거의 없고, 벌써 끝났네, 하고 아쉬운 마음 뿐 ㅎㅎ

읽을 때 출판된 순서인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 이 순서로 읽었는데요,
개인적으로 느낀 재미의 정도는 역순이었습니다.
기욤 뮈소의 작품을 접한건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가 처음이었고 그때는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작품을 네 개째 읽고 나니까 왜 이 분이 자기복제를 한다는 말을 듣는지 알 것 같더군요.
그래도 각 작품마다 나름의 변주가 있어서 세 권을 연달아 읽으면서도 지루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만
당분간 기욤 뮈소의 작품에 손이 가진 않을 것 같네요 ㅎㅎㅎㅎ 내용들이 좀 잊혀질 때 쯤 다른 작품에 도전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글에 녹여내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 처하든 사랑을 위한 노력은 반드시 결실을 맺게 되어있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 느낌?
처음 이 작가의 글을 봤을 땐 그 부분이 멋지다고, 나도 이렇게 열렬하고 필사적인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단기간에 그런 메세지가 되풀이되는 글을 여러번 읽으니 어느순간부턴가
이 사람은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대책없을만큼 낙천주의적인 성격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현실은 그 사랑이라는 걸 핑계로 온갖 눈뜨고 못 볼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말이죠.
하긴 그런 경우의 사랑은 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겠지만요.

기욤 뮈소가 열띠게 강조하는 사랑의 힘보다도, 길리언 플린의 섬뜩한 경고가 더 와닿고 설득력있게 들리는 건,
그리고 지금까지 읽은 기욤 뮈소의 작품 중 판타지적 요소가 가장 적은 <사랑하기 때문에>가 가장 재밌게 느껴졌던 건
저 스스로가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 결국 사람은 현실을 살아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열띤 믿음은 부럽게 느껴지네요.

...어쩌면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자체가 이미 판타지인 것일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