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속으로' 이거 볼 만 하네요.
얼마전에 소개글이 올라오긴 했는데 무력이 뭔 230이니 뭐니 해서 -_-
또 헛짓거리 하는 소설인가 싶어서 패스했다가
어제 문득 떠올라 한 번 읽어봤는데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뭐 저는 삼국지 원작은 그냥 슥 훑어본 정도라 별다른 지식도 관심도 없고
특정 인물이나 세력에 대한 호감, 반감도 없을 뿐 아니라
삼국지는 이래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임은 미리 말해 둬야겠네요.
그 점 감안하고 아래 감상을 읽어주세요.^^;
이 작품은 전체 감점요소 가운데
프롤로그의 가벼움에서 오는 마이너스 점수가 가장 큽니다.
삼국지 게임 하려고 캐릭 생성했다가 에디터로 능력치 뻥튀기 했는데
그 능력치 갖고 삼국지에서 환생했다는 내용까지만 봐도
삼국지팬들 가운데 절반은 벌써 등을 돌렸을 듯.ㅎㅎ
게다가 수천 대 일로 막 싸우고 살아남는 걸 보면
아무리 개인의 무력이 과장되게 그려지는 삼국지라지만 좀 심하지 않나 싶고요.
이 작품은 '초월적인 무력을 지닌 캐릭터가 삼국지에 난입한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전제조건인 주인공의 미친 무력에 대해서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면, 혹은 거부감이 든다면 읽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작가가 그렇다니까 뭐 그런갑다 싶은 분들이라면 더 읽어도 괜찮고요.
일단 이 비현실적 무력에 대한 부분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의외로 괜찮은 삼국지물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처음엔 현대인 감성이 진하게 남아있던 주인공은 어느새 환경에 적응하고
많은 시련을 뛰어넘으면서 자신이 갈 길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군주의 재목이 됩니다.
그런 주인공의 존재로 인해서 역사가 크게 변하게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원작 스토리와는 다른 부분이 좀 많습니다.
그 변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하고, 작품 내에 반영하고 있고요.
일반적으로 삼국지환생물은 인재수집물로 가거나
책사들간의 모략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읽어온 바로는요.
어떤 인재가 어떤 활약을 하고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다 아는데 그냥 놔둘 순 없겠죠.
그리고 내용을 풍성하고 깊이 있게 만들려면 아무래도 치열한 머리싸움을 그리게 될 테고.
'삼국지 속으로'는 그런 면에서 약간 이색적인데요.
우선 주인공이 삼국지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습니다.
유명한 사건이나 인물은 알아도 나머진 잘 몰라요. 그냥 대략 '이랬나? 아니면 저랬나?' 가물가물한 정도죠.
어떤 인재가 어디 숨어있는지도 잘 모르다보니 인재수집물 루트는 아무래도 힘듭니다.
그리고 모략의 비중도 낮은 편이예요. 끊임없이 신산귀계가 오고가거나 하진 않죠.
그냥 없진 않은 수준이고 묘사분량도 얼마 안됩니다.
대신에 주인공의 초인적 무력을 통한 활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죠.
삼국지물에서 익숙한 원작지식을 활용하는 책사형 주인공이나
인재수집을 통한 리더쉽으로 밀어붙이는 주인공이 아니라서 처음엔 생소하지만
의외로 색다른 맛이 있어서 저는 즐겁게 봤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냥 힘만 센 맷돼지가 아니라
나름의 고뇌와 신념이 있고 인덕도 갖춘 녀석이다보니 갈수록 매력이 느껴지더라구요.
가벼운 설정에서 시작하지만 내용까지 가볍지는 않은 '삼국지 속으로',
이색적인 삼국지 소설을 보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ㅎㅎ
ps. 게임시스템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능력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일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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